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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생각 정리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건지, 항상 고민해오긴 했지만 조금 더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뚜렷한 생각이 있었던 적은 없지만 글을 통해서 뭐라도 어떻게 잘 표현했던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왜 최근엔 글을 잘 쓰지 못했을까? 왜 일기에 잡생각을 많이 적지 못했을까?

아무래도 이 문제의 이유로 가장 많이 떠올렸던건 여기에도 적었듯 외부의 자극이 많다는 점이다. 외부의 자극이 많아서, 외부의 자극을 나 스스로가 충분히 괜찮은 속도로 흡수할 수 없어서 예전에 그랬듯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과정도 종종 생략되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겠다. 외부의 자극들을 열심히 받아들이고 배우기 위한 의욕이 너무 넘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의 바닥이 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전까진, 그리고 지금도 간혹 그냥 그런 순간들이 괜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 괜찮은걸까? 라는 의문이 들지 않는 순간이 대부분 더 괜찮게 느껴진다.

내가 입력을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아니, 그런걸 추구하고 그런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노력은 꽤 장기간 해왔고, 내가 그런 사람인 모습이었던 덕분에 유지되었던 관계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것만으로 매력적일 정도로, 그리고 그걸 버틸 정도로 여유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너무나도 사실이다. 적어도 지금으로선. 내가 아무리 다른 사람의 출력을 잘 이끌어내고 싶은 욕심으로 노력하더라도, 나부터 적절한 출력을 할 줄 알아야. 그럴 여지 정돈 있어야..

참 지엽적이면서도 지금의 나에게 치명적인 고민이다. 이걸 입출력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내 사고가 왜 이 수준에 머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거 아닐까. 자기 표현이나, 자아 실현이나, 경청, 수용, 낮은 자세같은 뻔한 단어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있긴 있다 하더라도-.. 입출력에 대한 생각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지속하고 있는데, 이 생각을 덜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얼마나 받아들이고 얼마나 반문해야하는가-도 같은 문제에 대한 더 순한 표현일 뿐이지.

생각을 안할거면 다 좋든 다 싫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니 더 열심히 생각하자는 것. 그걸 좀 더 진지하게 다짐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내가 생각해서 좋은건지 생각해서 싫은건지 구분하는건, 나의 힘으로 불가능하다. 그냥 내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걸 내 생각으로 만들어주는거고, 거기에 심취한 동안 그게 내 생각저럼 느껴질거라는건 뭘 해도 확실할거란 생각이 있다.

그게 싫으면 내가 적극적으로 질문이든 아웃풋이든 방출하여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그렇다. 내가 출력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입력하는 것이지. 그럼 내가 뭘 출력할지는 내가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데- 에 대한 답은 지금까지 내가 쓰고 정리하고 공부했던 것들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나의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있다. 그래서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더 강하게 드러난걸까? 내가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출력 수단이어서?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느냐도 내가 하고 싶은 출력에 따라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내가 정리할 수 있는 출력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정리할 수 있는 입력. 정리할 수 있는 한에선 정말 많은 입력이 있음 좋겠다. 그게 내 한계를 드러낸다는건 아는데, 내 머리로 정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순간 나의 정신이.. 사고 능력이 그렇게 잘 발휘되지 않는다. 내 시야에 있는 걸 깊게 파고들어 합리적으로 정리하는게 그냥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이고.

그렇지 않는 게 나에게 의미를 주는 순간이 올까. 아무리 좋은. 결과를 불러오더라도. 그게 사회생활이라 한다면, 일단 내가 지키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정리할 자신과 안정감을 확보해야 그런 여유를 더 부릴 수 있겠다. 일단 지금은 그런 생각이다.

내가 했던 것들을 답습하겠다는 결론이리면 당연히 그렇게 맘에 들진 않는다. 그래도 절망적이었던 정신상태는 좀 진정이 됐다. 그래서 더 쓰고 싶은 게 없다. 또 혼란스러우면 시간내서 글이나 또 끄적여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