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듣는다고 해도 그것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경험이 없다면 생각을 변화시키기 쉽지 않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책 100권을 읽은 사람보다, 10년을 경험해본 사람이 그 일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책만 읽은 사람은 자신이 읽고 들은 것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해석해서 그것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험하면 듣기만 할 때보다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고, 경험을 통해 이전에 했던 생각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취업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왜 가지고 있는 건지 여기서 설명하진 않겠지만, 어느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들 중에 나의 생각으로만 넘겨짚은 부분이 꽤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에 대해 직접 경험해본 것도 아니면서 나의 시야에서 본 것만으로 비약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별의별 일들을 간접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은 상태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바라보기만 하면 나의 세상을 넓힐 수 없다. 내가 생각을 하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게 무조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나는 경험과 생각의 비율을 잘 지키지 못해서 지금의 나로써 생각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 생각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직 많은 경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는 내가 지금껏 경험하고 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한다면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후회한다고 해도 그 때 경험하고 들었던 것을 통해 도출한 최선의 결과였다는 것을 안다면 안타깝더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정말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배울 점이 있을 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한다.
이 글을 적는 이유도 다양한 세상을 경험해보기 전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해놓고, 나중에 다시 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멍청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했다는 뜻이겠지.
이 블로그에 작성하는 회고는 정말 구조 없이 주절주절 쓰는 글이다. 다른 분들이 작성하시는 회고에 비해서 가독성이 떨어지고 결론이 뭔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효율적으로 회고하기 위해선 회고로부터 깔끔한 느낀 점과 개선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회고를 작성하는 목적은 어떤 경험으로부터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 보다는, 있었던 경험과 그 경험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 생각을 성찰하고 기록하는 것에 더 가깝다. 어떤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갈등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록하고, 나중에 글을 봤을 때 생생하고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블로그에 작성하는 회고의 가장 큰 목적이다.
회고를 통해 정리한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조금 더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블로그에 올린 회고의 주 내용은 리더쉽이나, 가치관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확실한 자답과 해결 방안이 바로 나온다면 더 이상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하기에 깔끔하지 못하더라도 차라리 고민했던 상황과 흐름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하는 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글을 정리해서 작성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다.
그렇지만 마음가는대로 썼을 때만 나오는 솔직한 필체가 제일 날 것의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보기에 그렇게 깔끔한 인상이 아니더라도 본연의 나를 담은 글을 최대한 많이 남겨놓고 싶다.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기 위한 예전 회고를 순전히 부끄럽게 보여지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다듬고 싶지는 않다.
만약에 회고를 더 예쁘게 작성하고 싶다면 내가 더욱 더 성숙해지거나,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더욱 익숙해지길 바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깔끔한 글이 아니더라도 일단 써봐야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블로그에 글을 더 많이 쓰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