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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

회사 서재에서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을 읽고 소크라테스 철학에 흥미가 생겼다. 고전부터 차근차근 짚어보고 싶어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에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없다.‘는 신탁을 받았다 한다. 그게 과연 사실인지 의문을 가지고, 지혜롭다 하는 다른 사람들을 여럿 찾아간다.

그런데 장인, 시인, 정치인, 소피스트 등 여러 전문가들은 각 분야에선 지식이 뛰어나도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모르고 아는 척하기 바빴다 한다. 소크라테스가 그 부분을 지적하면 노발대발 화를 내었다고. 이런 식의 질문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산 소크라테스는 고발당했고, 사형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에 선다. 그리고 자신의 이유에 대해 변명한다.

그들은 확실히 제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고 그 방면으로는 저보다 지혜로웠죠. 그런데 조금 더 보니 아무리 훌륭한 기술자들도 시인들과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훌륭한 기술을 갖췄으니 다른 모든 종류의 커다란 문제들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 그래서 저는 신탁을 대신해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지식도 없지만 그들의 무지함도 없는 지금의 내 상태가 좋을까, 아니면 그들의 상태가 좋을까 하고요. 저는 자신에게도, 신탁에 대해서도 지금의 내 상태가 훨씬 좋은 것이라 답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호기심 때문에 저는 가장 나쁘고 위험한 적들을 갖게 됐고 많은 중상을 듣게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지혜로운 사람이라 불립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부족한 지혜를 찾아내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제가 그 문제에 있어서는 지혜가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많이 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한다. 이 방식을 산파술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산파가 아이를 대신 낳아주지 않듯, 소크라테스도 답을 대신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으로 상대방이 이미 품고 있던 생각을 끄집어낼 뿐이다. 이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관념이 아닌 체험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에서 끌어낸 답은 누군가에게 들은 답보다 오래 남는다. 크리톤, 파이돈, 향연의 대화 내용은 모두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내가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나는 그렇게 현명한 편이 아닌 것도 같다. 혼란스러운데도 급하게 답을 찾으려 하면 오히려 더 흔들렸던 적이 많다. 차라리 질문하는 방식 자체를 유지하는 게 낫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 확신 없이도 한 발 내딛는 것. 소크라테스가 끝까지 지킨 게 그거였다면, 나도 그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