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적인 감정에서 벗어난 성인이 되어 금욕, 절제, 통제하는 것. 또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능한 한 빨리 없애기 위해 자신을 질책하거나 주의를 돌리는 것.
위의 두 방식은 질투, 시기,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불러오는 나쁜 효과를 막기 위해 그 감정과 멀어지기 위한 대처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감정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의 결과이고 자신의 불완전한 부분을 외면하려는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선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기 보단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그 감정이 의미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 또한 자신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라고 제시한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복잡하고 우리의 감정은 종종 한 가지 이상의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대해 인상깊은 비유가 하나 있었다.
아이가 실수로 당신이 아끼는 유리잔을 깨뜨렸다면, 당신은 아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 화내지 말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분노는 아이의 의도와 무관하게 어쩌면 깨진 유리잔으로 인해 어디에도 나만의 공간이 없다고 느꼈거나, 아끼는 물건을 망가지지 않게 전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당한 이유가 없어보이는 분노는 언뜻 보기에는 분명하지 않은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일 수 있다.
위 같은 상황에서 분노를 느꼈을 때, 아이가 커피잔을 깬 것이 불의에 비해 하찮은 것이므로 화낼 가치가 없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하지만 덜 중요하다고 해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의 괴로움이 아이의 큰 악행 때문은 아니더라도, 그 상황에 화를 느꼈다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무언가 요소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일에 화를 느끼면 안돼,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 생각하여 분노 자체를 부정한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화를 느끼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그 화를 애먼 아이에게 무차별적으로 쏟아 붇는 행동이 도덕적으로 문제일 수 있는 것이고, 근본적 원인을 떠올려서 화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잔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등의 대처를 하는게 감정에 대응하는 좋은 방향일 수 있겠다.
무의식적으로는 누구나 닿게되는 방향인 것 같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여러 철학적 관점과 예시를 통해 저자가 논리를 정리해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게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