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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들

어릴 때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뭐가 계기였는진 기억나지 않는데, 어느 순간부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내가 순간적인 나의 감정을 추스릴 수 있게 된 이후였을까.

나를 기분나쁘게 하는 행위도, 나를 조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그렇게 악의적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오히려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나를 제일 탓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나인 것 같다. 내가 사소한 실수을 저질렀거나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을 때 나에게 뭐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고, 누군가 뭐라고 조언해줄 때 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내가 더듬어서 나의 방향을 찾아야한다. 나 스스로의 채찍으로 걸어가야한다.

그래서.. 길을 잘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럴드 블룸 『영향에 대한 불안』

어떤 선망을, 어떤 에너지를 받아서 그대로 따라가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과정.

위대한 선배 시인의 영향이라는 방해자를 인지하고 그를 투쟁해야만 스스로 독창적인 시인으로 태어난다.


내가 말을 잘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긴장해서가 아니라 평소에 그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하고 긴장한 상황에 횡설수설했던 게 더 기억에 남는 건 그냥 그 상황에 말을 잘 정리하지 못한 것이 다른사람이 나의 인상을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걸 걱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편한 상황에서 동일한 질문을 받았다고 해서 더 질 좋은 답변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내가 조금 부족한 답변을 했더라도 마음에 담아놓지 않아서 기억에 안 남는 것이다.

그래서 변명할 여지 따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상황을 비춰보기 위한 독서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왜냐하면 즉각적으로 연관한 경험을 떠올리고, 행동이나 가치관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와닿지 않더라도 흥미로 시작하는 독서는 조금 덜 와닿고, 기억에 선명하게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잘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는 시야를 만들어준다. 내가 당장 바라보고 있지 않은 이면에 대해 관심가지고, 나의 상황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문장과 내용 하나하나를 상세히 기억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활자를 눈으로 스치며 사고한다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들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선택을 한다면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후회한다고 해도 그 때 경험하고 들었던 것을 통해 도출한 최선의 결과였다는 것을 안다면 안타깝더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정말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선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배울 점이 있을 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한다.

이 글을 적는 이유도 다양한 세상을 경험해보기 전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록해놓고, 나중에 다시 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멍청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했다는 뜻이겠지.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사이의 밸런스를 잘 잡아야한다? 하고 싶은 일은 엔지니어로서의 호기심이고, 해야하는 일은 내가 지금 호기심을 갖고 있진 않더라도 뭔가를 만들어서 성취를 내는 일이라고 할 때, 호기심에만 치중하는 것도 회사나 본인에게 안좋은 결과가 될 수 있고 성취에만 치중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그걸 계속 고민하면서 적절한 지점을 판단해야하는 것 같다.

물론 그냥 내가 하고싶은거랑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게 핏이 맞으면 좋겠지만, 본인도 본인이 진짜 하고싶은 게 뭔지 안다고 할 수 없고. (주변에서 영향을 받아서 흔들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뭘 하든 회사에게나 개인에게나 완전한 정답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서 그런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나누면서 잘 정렬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최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