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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보려면

책이든 음악이든 어떤 한 부분이 좋다-는 표현을 하는 게, 그것의 전체적인 본질을 존중하지 않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을 안 읽은 상태에서 책의 좋은 구절을 공유하는 것도 불편하다.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은 그 구절이 나오기 전 쌓여온 이야기와 흐름을 아는채로 특정 구절에서 절정에 이르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 흐름을 모르는 채로 부분적인 구절, 또는 요약된 설명을 듣고 구절만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책의 본질이 왜곡될 걱정이 너무나도 큰..

원본으로부터의 오독. 즉, 요약 및 정리된 정보만을 접하면 본질보다 편향된 정보에 갇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의 내용을 친구에게 전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니다. 전해진 것은 그 내용이 나의 머릿속을 거쳐 요약된 감정, 생각이다. 나의 ‘오독’은 그 책 자체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

물론 본질이라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일종의 ‘확증편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독후감을 쓸 때도 이런 부분이 좋았다, 이런 구절이 좋았다 얘기를 하는 게 그 책의 전체적인 흐름과 그림을 고려하지 않는 무례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가능하면 전반적인 책의 흐름을 경험한 후에 내 머릿속에서 총체적으로 드는 생각을 적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부분에 대해 더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표출하는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그 대상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불쾌함을 받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부분과 요약에 의지하는 이유는 전체를 줄줄이 나열하여 설명하기엔 나열할 시간도, 공간도 없기 때문이겠지만. 음악이든, 영화든, 책이든 불필요하거나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리고 문장, 문단이 아니라 전체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부분에 기반해서 모든 걸 판단하려고 하면 그거밖에 안 보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ㅋㅋ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 나는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 그 사람의 복합적인 모든 면모를 함께 판단하고 있는가? 그렇게 물어보면 나도 그렇게 당당하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