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여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멋있는 것 같다.
동경이든, 경외심이든, 자극 또는 열등감이든 시간에 대한 격차를 느낄 때 모든 게 출발하는 것 같다. ‘저 사람은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익히기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했구나. 그래서 저만큼의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구나.’ 그게 나와 거리가 먼 분야이면 새로운 자극으로 넘기게 되지만, 나도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라면 좀 더 복합적이고 강한 감정이 느껴진다. 우스갯소리로 남이 어떤 분야에서 성과를 낼 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같은 질투가 느껴지면 적성에 딱 맞는거라 하듯이.
이 사실이 최근의 나를 힘들게 만드는 고민 중 하나이다.
학교에서는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자극만 받아들이는 게 가능했다. 공부하고 싶은 게 생기면, 즉 열등감이 느껴지면 시간을 투자해서 알아보기. 내 방식대로, 속도대로 해도 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그만큼 하고 싶은 것에 온전히 집중해서 기본적인 깊이를 채울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고, 외부를 덜 쳐다보는 만큼 성장 속도의 한계가 뚜렷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회사에 와선 기술적 깊이가 더 깊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내가 대비하지 못했던 일들도 많이 해야하니 엄청나게 많은 자극을 받고 있는데 이게 지금의 나에게 버거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어떤 부족함이 나를 버겁게 만드는지 생각해보면,
-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근처에 있을 때 (열등감 때문에) 최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 회사에서 해야하는 일이 너무나 다양한데 그 상황에 대응하기 바빠서 나에게 쌓이는 부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거, 아니면 느낀 점이 간신히 있긴 있어도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그걸 잘 정리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내가 아는 게 적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지라도, 이게 고민이 된다는 건 순전히 나의 나약함 때문이므로 고민이 해결되진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나도 전문분야가 있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근데 너무 혼자서 파는 길은 좀 거부감이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전문적인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는 지금도 나쁘지 않은 과정인데, 아주 장기적으론 내가 그 중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뭔지 고민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부분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뭐가 옳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얘기를 전에 몇 번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뭐가 중요한지에 대한 철학도 긴 시간과 무의식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부분이 있다 생각하는데, 아무리 7개월차 엔지니어라고 해도 무차별 혼란을 겪으면서 되는대로만 흘러가며 적당히 배우는 게 유일한 방향은 아닐것 같다.
내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판단이나,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태도로써 그나마 나은 방향이 무엇일지. AI 시대에 FOMO를 느껴야하느니, 그래도 기본이 중요하느니 하는 주제들이 여기저기 떠도는 것을 보면 정답은 없는듯 하다. 불변의 진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