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임에도 프랑스 사교계에 진출해 부를 축적한 엘리엇, 그의 동생 루이자와 그녀의 딸 이사벨, 이사벨의 약혼자 래리. 작가로 유명한 런던 출신의 저자 본인은 엘리엇과의 친분으로 그 가족들의 소식을 전해듣는다. 자신의 영혼에 무엇이 부족한지 고민하고, 자기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떠도는 래리와 자신만의 인생의 목표대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래리의 초연한 모습. 비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규범에 따라, 태어난 나라, 사회, 가족의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사는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인물이지만 그렇게 멋있고 고귀하게만 보이진 않는 것 같다.
내 열등감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솔직하게 적자면, 애초에 얼마나 숭고한 여정을 했다고 이런 식으로 묘사되는건지 싶다! 전쟁을 가볍게 얘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이후의 따라오는 모든 행동이 이사벨의 말마따나 어느정도 한가한 소리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대상을 숭배하고자 하는 것은 잔인한 신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는 기억으로부터 기원된 것이고, 자신의 영혼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는 과정을 절대자를 느끼고 현시하는 것으로 비유해 생각하는 것이며, 베단타 철학, 불이일원론, 윤회에 아트만이니 뭐니, 세상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도 악과 결합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듯 하다느니하는 게 그 시간의 깨달음이라는 걸 그냥 역시 하는 식으로 높게 쳐야하는가?
책을 중간에 덮고 벽에 던져 내동댕이치고 싶었다거나 완전히 시간낭비였다 하는 식의 짜증이 났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내 삶의 철학적 의미를 고민한다고 해서 일을 잘 헤쳐나가는 것도 아닌 기분이고 그래서 좀 화가 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치고 나의 확고한 주관이나 철학이 있거나 내 인생과 상황을 판단할 훌륭한 도구를 갖추진 못한 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어떤 사람이 멋있는건지 하는 확실한 생각이나 인상을 마음에 담고있지 않아서 이런 저런 사람들의 철학을 모두 의심하는 과정을 겪고있는 것 같다.
나도 몇 년은 하루종일 책만 읽으면서 지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는데. 아니, 있는데. 그건 실제로 그런 상황을 완벽히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단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갈증을 극대화하자면 그런 형태라는 표출이다. 그런 얘기를 듣는 남들도 그렇게 내면을 판다고 뭐가 나오나 안이한 얘기로만 들렸을까?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못할거면서, 그리고 그렇게 잘난것도 아니면서 애매하게 책 애호가 행세를 하는게 꼴보기 싫었을까?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책을 읽을거고 좋아할 것이다. 독서든 코딩이든 그나마 지금 하고 싶은 그런 것들을 하며 당분간은 살 것 같다. 사람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의 범위가 다르기에 격차가 생기는 것 아닐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적당하지만 그냥 그렇구나하고 매번 넘어가는 것도 싫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