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면 누구나 불투명한 미래에 현재의 비용을 투자해야한다. 개인이 공부를 하거나 학교를 다니는 것부터, 직업을 구하고 돈을 버는 과정까지 전부 같은 구조에 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만들고 싶은 인간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때 예측하는 효용과 실제로 얻는 효용 사이의 관계를 평생 학습하며 조정해야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자나 경영자는 더 큰 비용과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이끌어나가며 그 과정을 겪는 사람일 것이다. 이루고 싶은 점이 크고 구체적인만큼 여러 사람의 총력을 컨트롤하며 나아가는 점. 그 점이 막연하게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배울 점도 많다고 느껴졌다.
현재도 번성한 회사(크래프톤 웨이나 유난한 도전 같은..)를 빼고,
적절한 규모에서 고전하는 스타트업의 사업적 선택과 돈의 흐름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훔쳐본 건 처음이었다.
내가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으니, 우리 회사의 프로젝트 방향이나 결정들을 듣을 때는 아무래도 같은 배에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기분이 영향을 주는데, 거기서 벗어나 다른 회사의 사정을 읽는 기분이 묘했다. 우리 회사나 이 회사나 여전히 사업이라는 것의 ‘감’이란 내게 아직 어려운 지점으로 느껴진다. 나에게만 좋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잘 팔리고 많은 사람이 돈을 쓸 제품을 만든다는 건 어떤 식의 시도가 필요한 일일지, 내겐 아직 경험이 필요한 경지이고, 흥미롭게 읽었지만 어떻다 판단은 잘 못하겠다.
사업을 어떤 식으로 전개할 것인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자원 분배에 대한 고민이 관통해있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뭐든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에 비용 지출을 감수하며 시작한 일이더라도, 좀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상태에 질질 끝며 매달린다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시간과 자원을 쓰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시도할 때는 기한과 목표가 있어야 당근이든 채찍이든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든 안정 궤도에 오른 상황이든 이상을 이루겠다는 큰 꿈은 언제나 동일하게 꿀 수 있는듯 한데, 그 과정에서 피드백, 기준점으로 취급할 지점을 잘 정의하는 능력이 모든 부분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순간의 선택이 정말 자신이 원한 길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포함되어있다. 누구보다 본인이 원했기에 시작한 사업이지만, 상황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라는 생각이 들어) 하게된 일도, 분위기에 맞춰 남의 행동을 따라하듯이 결정한 일도 있으니 정말 자신이 생각한 자신에게, 그리고 지금 상황에게 맞는 길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과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 아닐까 싶었다. 상황이나 남의 행동에 영향을 받았다면 남탓이 가능하고, 내가 고집한 길이면 그 결과를 모두 뒤집어써야하는 차이는 있지만. 그 순간에 남이 하는 게 내가 원했던 거라 착각할 수도 있고, 결과가 잘된다면 그게 자신이 원하는 길이었다 합리화하기도 참 쉬운듯 해서이다. 인생의 주체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면 옳은 말이지만 나는 아직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좋은 독서였다. 책 속에서 많이 인용된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도 언젠간 읽어봐야겠다.